무역전쟁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4월 11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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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 국가통계포털 (KOSIS)

미·중 무역전쟁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역전쟁은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관세로 시작된 양국의 무역전쟁은 이후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시사 등으로 인해 기술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미국국방 부가 2019년 6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대만을 국가로 명시해 ‘하나의 중국’의 원칙을 깨트리면서 체제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이후 환율전쟁으로 번진 미국과 중 국의 무역전쟁은 2019년 10월 11일 양국이 무역 협상에서 부분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휴전 상태로 들어섰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책임론 때문에 미국과 중 국 간 갈등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미·중 무역전쟁의 시작


중국은 80년대 덩샤오핑을 필두로 개혁개방을 실시하면 서 21세기에 이르러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했다.

또한, 중국은 2049년 안에 미국을 추월해 세계의 질서를 틀어쥐겠다는 중국몽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패권도 전에 미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와 같은 갈등은 경제적 측 면에서 더욱 부각된다.
WTO 통계에 따르면 이미 미국은 부시 정부 때 2,038 건, 오바마 정부 때 18,343건에 달하는 대중국보호무역 조치를 취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본격적 으로 중국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은 불법 보조금, 과잉 생산, 환율조작 의혹 등 그간 행해 오던 중국의 불공 정 무역관행을 모조리 없앨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2018년 7월 6일 미국은 34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겼다.

이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 발하며, 중국도 340억 달러에 달하는 상당 수입품에 25% 의 관세를 부가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8월 24일부로 160억 달러의 상대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가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두 국가 간의 싸움 에 캐나다, 멕시코, 대만 등 다른 나라까지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최대수입국인 미국과 최대수출국인 중국의 경제 규 모의 합은 세계 경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무역전쟁이 발생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률 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과거에 발생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두 국가 중 더 큰 피해를 입은 국가는 중국이다.

미국에 비해 수출의존도 가 높은 중국은 2018년에 파산한 기업이 504만 개로 사 상 최대의 도산을 기록했다. 미국은 2018년 9월 24일 2,00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의 관세를 부가했다.

이에 대해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600 억 달러의 5~10%의 관세를 부가하는 보복을 행했다.

두 나라의 금액의 차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이 중국 에서 수입하는 양이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양보다 훨씬 많다.

미국은 약 5,000억 달러, 중국은 13,000억 달 러로 서로 수입액에서부터 4배가량의 차이가 난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에 관세를 부가할 수입품이 없다.
두 국가는 2018년 12월 2일에 잠정 휴전을 맺게 되었다.

과거에 발생한 무역전쟁의 결과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액이 크게 감소했고, 중국산이라는 값싼 대체품을 찾지 못해 소비자 물가가 상승했다.

반면에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미 수출규모가 크므로 애초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시작한 무역전쟁은 중국이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함을 의미한다.

무역전쟁 이후 중국의 상하이 지수는 폭락을 거듭했다.

2018년 1월까지만 해도 3,500선 을 유지하고 있던 2,500선보다 더 낮은 선까지 추락했다.

또한 중국의 소비자 물가도 급격하게 올라가게 되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첫 무역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2차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책임론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 하면서 세계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WHO 화상 총회에서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개방성, 투명성, 책임감을 갖고 행동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언급했다.

반면, 중국 양회에서 중정치협상회의 대변인 은 미국 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책임을 전가하거나, 이념적 편견으로 중국을 모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미국, 중국 간의 갈등일지를 보면 2020년 5월 11일에 트 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원하는 무역합의 재협상 관심 없어” 라는 의견을 표했다.

또한, 5월 13일 미국 상무부는 화웨 이 등 미국 내 판매 금지명령을 연장했다. 14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렇게 적대적인 이유는 단연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1년 1월까지로 미국 특성상 연임이 가능하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을 보면, 미국 은 한차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며 국민들의 환호를 받은 것은 분명하다.

전쟁에 승리함으로써 미국의 증시는 더 성장하게 되었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경제성장이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의 경제성장의 업적이 사라짐과 동시 에 코로나19로 인한 대응 방법이 올 바르지 않고 압도적인 사망자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써 국내적으 로 지지가 떨어짐에 따라 트럼프 대통 령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격이다.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에게 책임을 거론 했다는 것은 보복성 관세를 통해 경제 를 부양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당시 미국 의 제품이 중국의 화웨이로 직접 가는 것을 제재했지만, 제3국 기업을 통해 서 가는 것도 막은 추가적 제재가 이뤄졌다. 이번에 추가가 된 것은 사실 상 TSMC(Taiwan Semiconduc- tor Manufacturing Company)가 대상이다.

지난해 있었던 미국의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화웨이에서 설계를 하면서 세계에서 반도체 위탁생산교부 로 1위인 TSMC에게 납품을 조달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제3국 기업이더라도 미국의 생산설비 등 기술을 활용해 만든 반도체는 화웨이에 수출을 할 때 제재를 둔 것이다.

이로 인해 화웨이 매출의 약 90% 정도 영향을 입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의 영향을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은 우 리나라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화웨이의 매출이 급 감함에 따라 화웨이 물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의 매 출도 급감하게 될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과 하이닉스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으므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화웨이와는 달리 삼성은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삼성의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즉, 반 사이익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확신할 수 없다.

미국 의 중국산 제품 고율 관세 부과로 촉발될 미·중 무역전쟁 으로 두 당사국 외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10개국 가운 데 한국이 6위로 꼽혔다.

이 비율은 글로벌 교역 체인망에 서 해당 국가의 수출입 물량이 자국의 전체 경제에서 차지 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룩셈부르크는 금융과 정보산업, 철강 등이 주요 산업으로 교역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2위인 대만은 반도체, 컴퓨터, 플라스틱 등 제조품 부품이 주요 수출품목 이여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도 미·중 무역 전쟁의 승리는 미국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국이 전면전으로 나서게 되면 장기 집권체제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응할 것 으로 전망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두 국 가 간의 무역전쟁의 영향이 최소화가 될 수 있도록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외건전성 지표관리, 금융시장 안정성, 주변국과의 협력 강화 및 공동대응 등 우리나라의 기업과 무역전쟁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18년 4월 초 미국정부가 5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양국 간에 본격화된 무역전쟁은 타협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당초 무역적자 해소를 빌미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이제는 단순한 무역 갈등과 기술 분쟁을 뛰어넘어 무한대결의 성격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의 분쟁이 악화일로를 걷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일본 오사카 G20 회의를 이용해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5월 초 결렬된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양측은 정상회담 이후 한 차례 고위급 전화 통화를 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약속받았다고 주장하는 미국산 농산물 구매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미중 분쟁의 성격은 무엇이고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성격을 재평가하고 작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중국의 인식과 입장은 무엇이며, 향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지 전망하면서 우리의 대응방향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2. 미중 무역전쟁의 성격


현재 목도하는 미중 마찰은 강대국들 사이의 무역ㆍ통상이슈를 둘러싼 전략적 경쟁이라기보다 ‘패권경쟁의 서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 과거 전통시대의 패권경쟁은 기존의 패권국과 부상하는 도전세력이 서로를 적(enemy)으로 규정하고 패권(hegemony) 획득을 목적으로 전면전쟁을 벌이고는 했다. 2 그러나 핵(核)이라는 공멸의 무력수단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과거와 같은 무력사용전쟁을 뛰어 넘는 새로운 형태의 대결로 진화하고 있다. 그것은 세계의 정치ㆍ경제적 지배권을 둘러싼 ‘규범과 질서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패권전쟁은 전면전쟁으로 공멸의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규범과 질서의 지배권(dominant power)을 둘러싼 대결이며 우리는 현재 미중 패권경쟁의 서막을 보고 있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신흥 강대국의 부상은 기존 패권국으로 하여금 언제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견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기존 패권국은 신흥 강대국에 대한 대응으로써 첫째, 부상하는 강대국의 부상을 ‘좌절’시킴으로써 자국의 상대적 이익과 권한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자 하거나 둘째, 부상하는 강대국의 부상 자체를 좌절시키기 어려울 경우 부상의 속도를 ‘최대한 지연’시키고자 하며 셋째, 부상하는 강대국의 부상과정과 결과를 자국의 이익에 맞도록 조절하기 위해 ‘관여’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3

미국에게 있어서도 “부상하는 중국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오바마, 부시,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도 적잖은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적ㆍ군사적 힘이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 내에서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의 기조가 대두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부상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응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목적은 당초 중국에 대한 압박의 빌미로 삼았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며 중국의 도전(challenge)에 관한 ‘의지’와 ‘능력’을 ‘굴복’ 또는 ‘좌절’시키는 데 있는 것이다.

미중 마찰이 패권경쟁의 서막이며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향후 분쟁 양상은 이슈와 영역을 달리하며 장기간에 걸친 격전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중 무역전쟁의 양상은 군비경쟁, 이념경쟁으로까지 격화되고 있으며 인공지능, 사이버, 우주 등의 영역에서도 주도권을 놓고 상호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한편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무역전쟁 미국은 70년 이상 유지되어 오던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2018년 5월 30일 ‘인도ㆍ태평양사령부’로 변경한 바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중 마찰이 단순한 전략적 경쟁이 아니라 장기적 차원의 패권전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3. 미중 분쟁의 현황과 주요 쟁점


전술한 바와 같이 미중 무역전쟁은 단지 무역ㆍ통상 분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보를 둘러싼 하이테크 기술전쟁, 금융전쟁, 군사안보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의 슈퍼컴퓨터 제조와 관련된 기업 5곳에 대해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black list)에 올렸다. 4 미국과 중국은 현재 핵무기, 암호, 미사일 방어 등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슈퍼컴퓨터 기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중국 기업과 자본에 대한 압박은 천단기술과 군사안보분야의 상관성을 고려할 때, 향후 분쟁 분야와 기업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가 ‘통신장비분야(화웨이)’와 ‘슈퍼컴퓨터분야(중커수광)’에 이어 다음의 목표(target)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고급 감시기술 분야’ 등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은 고급감시기술과 관련하여 북미시장의 80%, 세계 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세계최대 드론업체 DJI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바, 중국산 드론이 백도어를 통해서 중국정부의 도청기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정부가 강력한 사회관리ㆍ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핵심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세계 최대 감시카메라(CCTV)업체 ‘하이크비전’을 거래제한기업명단에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5

또한 미국과 중국의 분쟁 대상은 첨단 기술 분야에 이어 향후 금융(환율)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 오랫동안 환율절상을 요구하면서 ‘환율 관찰국’으로 지정하였고, 최근에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국가들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과거 1980년대 중반 ‘플라자합의’를 통해서 일본과 독일의 급속한 환율절상을 유도함으로써 경제 분야에서 일본의 추격을 따돌린 사례가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도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특히 현재 중국을 상대로 무역협상의 실무지휘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우저는 ‘플라자합의’ 당시 미국 측 협상대표단의 부대표로 참여한 사례가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물론 이와 같은 예상은 필자의 개인적 가설에 불과하지만 중장기적 관전 포인트의 하나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4. 미중 마찰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입장


중국 측은 최근의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양국관계의 변화가 트럼프 행정부 등장에 따른 단기간의 현상이 아니라 적어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 전략가들과 정치계가 대중국 정책에 대해 장기간 토론을 거친 결과라고 보고 있다. 6 다만 2017년 말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본격적으로 중국을 경쟁자, 수정주의자, 도전자로 표현하기 시작하였으며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중국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가시화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7

나아가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은 사실상 미국이 중국에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써 단순한 무역ㆍ통상을 둘러싼 분쟁만은 아니라 판단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국유기업 개조 및 개발도상국 지위 박탈 등 무역 문제를 뛰어 넘는 문제들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도전은 보다 전면적인 것으로서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무역 분야를 뛰어 넘어 과학기술과 인문교류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바, ▲중국 유학생 입국 제한 ▲전문가 비자제한 ▲타이완문제 야기 ▲2018년 ‘대만여행법’ 통과 ▲샹그릴라 대화 및 인도ㆍ태평양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처음 언급한 점 ▲신장위구르 문제에 대한 개입 등이 그것이라고 본다.

한편 중국정부는 지난 6월 2일 ‘미중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 입장’ 제목의 백서를 발표한 바 있다. 동 백서에서 중국은 무역전쟁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면서 “현 미국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관세인상을 무기로 위협을 가해왔다”며 “걸핏하면 무역 파트너들에게 무역 갈등을 유발해 왔다”고 비판했다. 백서는 “무역전쟁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해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중국정부는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또한 백서는 미중 무역협상이 무산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서 중국은 평등하고, 상호이익이 되고, 진정성 있는 협상을 원한다고 촉구했다. 8 요컨대 중국 측 백서는 중국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협상 실패에 대한 미국의 책임과 탐욕을 강조함과 동시에 최종 타결과 추후 협상에 대한 희망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압박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쉽게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자신의 이익에 부합해 접근하는 경향이 있으며, 만일 중국이 양보하게 되면 미국의 승리로 생각하고 중국의 양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경제압박과 보복에 대응하여 보유중인 미국 국채매각, 희토류공급 차단, 미국 농산물 수입중단, 비관세장벽 강화 등의 대응수단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실시될 경우 미중 무역전쟁은 더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될 것이 분명하다.

5. 나가며


가. 상황인식의 측면

첫째, 우리는 미중 무역 분쟁이 단기간에 끝날 사안이 아니고 단순한 무역ㆍ통상분쟁이 아니라 장기적 차원의 ‘패권전쟁의 서막’이라는 분명한 인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작금의 상황을 단순히 미국이 통상적자를 해소하거나 무역우위를 점하기 위한 분쟁으로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며, 트럼프가 재선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단견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분쟁은 무역통상->하이테크 기술->금융->군사안보 등 전역에 걸친 장기적 패권전쟁의 초입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함, 신중함, 중장기 전략 모색의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 정부와 국민은 미중 대립과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양자택일’식 논리를 지양하고 경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조급하고 어설픈 일방적 편승’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택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모른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어느 한쪽에 올인하기 어려운 지정학적ㆍ역사적ㆍ정치경제적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셋째, 미중 분쟁으로 인해 우리가 일방적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포비아(두려움)’에 빠질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THAAD)배치를 둘러싼 미중 갈등 연루와 현재의 미중 당사국간 무역 분쟁의 양상 및 환경은 상이하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으며 동일한 보복의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오히려 우리는 패권전쟁은 주변국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하고 ‘관중의 국제정치’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미중 분쟁의 조건과 환경을 이용하여 우리의 전략적 가치 제고를 고민해야만 한다.

나. 대응원칙과 정책방향의 측면

첫째,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한국의 중요 국가이익에 대한 개념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대내외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핵심이익(core interest)’을 강조하고, 미국이 ‘사활이익(vital interest)’을 주장하듯이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전략적 이익(strategic interest)’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의 전략적 국가이익에 근거해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우리의 원칙과 기준을 공고히 하면서 강대국외교를 펼쳐나감으로써 ‘전략적 모호성’으로 인해 당할 수 있는 ‘방기’와 ‘보복’의 위험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외교적 원칙과 기준의 부재는 한국으로 하여금 임기응변식 대응의 유혹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이는 강대국 사이의 제로-섬(zero-sum) 게임에 깊숙이 연루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둘째, 강대국 사이에 끼인 약소국 또는 ‘그림자 국가(shadow state)’의 정체성을 벗어나 중견국으로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장하는 외교노력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9 한국은 강대국에 끼인 지정학적 현실이 있지만 결코 약소국이 아니며 언제까지나 강대국의 그림자(shadow)와 영향권에 갇힌 국가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주변국 및 중견국 연대의 외교공간을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외교적 원칙과 기준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활동공간을 유지하고, 갈등사안에 대해서는 ‘사안별지지(issue based support)’의 역량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그러나 미중 분쟁이 격화될 경우 한국은 단기적으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대외전략을 수립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제한적 손실’을 외교적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적 힘의 분배구조와 한미동맹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요구와 압력을 거스르는 것은 어려우며 중국이 역내에서 미국과 대등한 전략적 경쟁 능력을 갖추는 것 역시 단기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단기적으로 한미동맹 구조를 받아들여야 하며 중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슈와 영역에 따른 관계 소원과 손해를 각오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다만 패권경쟁은 중장기적 대결이란 점에서 최종 승리자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리 역시 긴 호흡의 전략과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넷째, 한국은 향후 계속해서 이슈와 영역을 달리하며 미중 분쟁에 따른 딜레마와 마주할 것이란 점에서 청와대에 ‘미중관계 대응팀’ 조직을 고려해야 한다. 역대 한국의 최고지도자들은 대부분 중국의 중요성 및 미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정작 정책결정의 최상부인 청와대에 중국전문가, 미중관계 전문가는 자리를 차지한 사례가 거의 없다. 청와대는 우리나라 정책결정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조직이란 점과 더불어 중국문제의 중요성 및 미중갈등의 장기화를 고려할 때, 반드시 중국전문가를 보강하고 ‘미중관계 대응팀’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미중관계 대응팀’은 정부와 학계의 실력 있고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정기ㆍ부정기적으로 현안 이슈는 물론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상설기구 또는 비상설 플랫폼의 형태로 조직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패권이란 국제질서의 수립과 운영에 있어서의 ‘독점적 주도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정국가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국제체제의 안정성 유지에 긴요한 가치, 목표 및 제도들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유지해갈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2017)’에서 중국을 적(enemy)으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경쟁자(competitor)이자 수정주의자(revisionist)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20세기 적(enemy)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전재성, “강대국의 부상과 대응메커니즘: 이론적 분석과 유럽의 사례,” 『국방연구』 제51권 3호(2008), pp. 7-8. Wall Street Journal, June 21, 2019. 미국 상무부 산한 산업보안국은(BIS) 중국을 타깃으로 14개 신기술분야 수출규제검토대상을 발표(2018.11.19.)했는바, ▲생명공학 ▲인공지능 ▲위치추적과 분석 ▲마이크로프로세서 ▲고급 컴퓨팅 ▲데이터분석 ▲양자정보처리 ▲로지스틱 ▲적층가공 ▲로봇 ▲브레인컴퓨터인터페이스 ▲극초음속 ▲고급재료공학 ▲고급감시기술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미중 수교 이후 협력적 상호의존관계를 구축해 온 양국이 대립적 관계로 돌아서게 된 전기는 ‘미국에게는 약이 된 반면, 중국에게는 오히려 독이 된’ 것으로 보이는 2008년 미국 발 경제위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제위기를 통해 위상이 더욱 강화된 중국은 그간 제기된 경제개혁의 긴요성을 도외시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미국을 추월하고 패권국의 지위를 획득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격적으로 개진했다. 반면 미국은 자국발 경제위기에 자극받으면서 이른 시간 내에 경제난을 극복하고 셰일혁명의 혜택마저 누리면서 경제활성화에 성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함으로써 패권방어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돌입하고 있다. INSS-CICIR 비공개 세미나(2019.6.12.)에서 중국 측 참가자 발언. 中華人民共和國國務院新聞辦公室, 『關于中美經貿磋商的中方立場』 (北京: 人民出版社, 2019). 그림자 국가(shadow state)의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Ian Bremmer, Every Nation for Itself: Winners and Losers in a G-Zero World (New York: Penguin, 2011), pp. 137-139

About Experts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겸 평가위원 및 합참, 공군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하이 푸단대학(Fudan University)에서 중국정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1998), 동경대학 동양문화연구소 초빙연구원(1998-1999),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박사후 연구원(Post-Doc/2000-2001),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2004-2005), 대만외교부초청 타이완 펠로십 방문학자(2012),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2013)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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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에서 시작한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표준, 지적재산권 등으로 확장되면서 본격적인 패권전쟁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온다. 돌이켜보면, 근대 국제정치 역사에서 등장했던 패권국은 예외 없이 쇠락의 길을 갔고 그 자리는 새로운 패권국이 승계했다. 21세기 국제정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미중관계 역시 이런 역사적 변화의 시기를 겪을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 과정은 과연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특히 중국 주변의 상당수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동맹국(한국, 일본, 필리핀, 태국) 혹은 파트너 국가(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라는 점에서 미중관계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동아시아의 평화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미중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분석이 정교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적어도 경제력과 군사력 측면에서 무역전쟁 미중 간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경제력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국민총생산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2018년 기준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각각 20.5조 달러, 13.6조 달러인데,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현재 수준인 연 2%와 6%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0년이면 국내총생산 규모가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 9월 17일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와 재정부, 그리고 세계은행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원배분 등의 개혁이 미진할 경우 중국의 2031~2040년 실질 성장률이 연평균 1.7%로 추락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에 따라 그 시기는 좀 더 늦춰질 수도 있다.1)

한편, 군사력 측면에서는 국방비, 첨단기술, 군사동맹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미국의 우위가 예상된다. 사실 막대한 예산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은 지난 2011년 향후 10년간 국방예산을 4,870억 달러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무역전쟁 있다. 하지만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의 국방비는 매년 증가 추세다. 한편,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현대화된 군대 건설을 기반으로 하는 단계별 국방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방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2,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2)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미국보다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미중 간 경제력과 군사력의 간극이 줄어드는 것은 비교적 분명해 보이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이론적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이 글에서는 세력 변화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현실주의 이론인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의 시각에서 미중관계를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미중관계의 흐름을 추적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2. 미중관계 변화에 대한 이론적 설명: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

기본적으로 국제정치에서 세력 변화를 바라보는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의 해석은 상반된다. 국제정치를 무정부상태(anarchy)로 간주하는 세력균형론은 주권국가들 간 국력의 상태가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체제안정이 유지된다고 보는 반면, 세력전이론은 국제정치가 위계질서상태(hierarchy)이기 때문에 국력이 한 나라에 집중되지 않고 균형을 이룰 때 오히려 전쟁 발발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특히 도전하는 국가의 체제 불만족도가 높을수록 갈등 가능성은 높아진다. 따라서 세력균형론은 위협에 대응하거나 국력을 키우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동맹(alliance)의 역할을 강조하는 반면, 세력전이론은 산업화(industrialization) 등을 통해 국력이 증가하는 것이 권력 변화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미중관계의 변화 양상을 바라보는 각 이론적 시각의 해석과 전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세력균형론자들은 미중 간 양극체제의 등장과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동맹관계가 형성되면서 세계정치는 장기적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보는 반면, 세력전이론자들은 중국의 힘이 커짐에 따라 기존의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해 불만이 쌓이게 되고 그런 중국의 불만족이 커지면서 전쟁의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리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거대 이론들이 가정하는 바와 달리, 전쟁은 단편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발하기보다는 복잡한 원인들이 중첩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 면에서 세력균형론이나 세력전이론 내부에서도 분석 수준을 세분화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3) 예컨대, 프리츠와 스위니(Fritz and Sweeney 2004)는 강대국들 간에 세력균형은 자신들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고 생각할 경우에만 등장한다고 보았다.4) 그렇지 않을 경우, 강대국들은 자신보다 더 강력한 쪽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있다. 더 강력한 국가에 맞서 세력균형을 추구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고 비용도 들어가는 반면, 편승은 비교적 안전하고 이익을 얻을 기회도 더 많기 때문이다. 즉, 세력균형이론이 국제정치의 모든 상황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일반이론이라기보다는 강력한 위협을 느끼는 경우에 한해서 작동하는 제한적 혹은 중범위 수준의 이론으로서 적절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레비와 톰슨(Levy and Thompson 2010)은 세력균형론이 지리적 인접성을 갖고 육지전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관계에서는 설득력을 갖지만, 압도적인 해양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정치 차원에서는 세력균형보다 편승이 보다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5)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에 대항해 강대국들이 중국과 동맹을 맺으려 한다거나, 반대로 일정 시기가 지나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패권국이 되면 다시 이에 대항해 미국 등과 기계적으로 동맹관계를 맺으리라는 주장은 일상적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챈(Chan 2008)은 기본적으로 세력전이론의 큰 흐름을 받아들이면서도 역사적 사례들을 바탕으로 그것이 갖는 몇 가지 가정들을 유연하게 해석함으로써 미중관계를 설명한다.6) 미중 간 패권전쟁과 관련해 챈(2008)은 크게 세 가지 측면을 지적한다. 첫째, 세력전이론에 따르면 전쟁발발의 원인은 부상하는 강대국이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챈은 오히려 국력이 쇠퇴하는 패권국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과정 속에서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았다. 부상하는 강대국은 자신을 강하게 해줬던 체제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또한 실제로 패권국에 비해 국력이 약하기 때문에 굳이 전쟁을 일으킬 유인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세력전이론은 세력전이의 시기에 두 강대국 간 전쟁은 직접적인 마찰에 의해 발생한다고 본다. 하지만 챈은 오히려 두 강대국이 연루(entrapment)에 의해 전쟁에 휘감겨 들어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도 영국이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것은 독일과의 직접적인 대결 과정 때문이라기보다는 소련과의 관계 속에서 연루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챈은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세력전이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군사적 측면에서도 미국에 비해 열등한 상황이고, 이런 성향은 지역적 차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국제체제에서 현상유지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마찰과 이로 인한 갈등 확산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미중 패권 경쟁을 상반되게 해석하는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 내에서도 연구자의 시각에 따라 비관론과 낙관론, 그리고 신중론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을 동아시아 미중관계에 적용하기에 앞서, 실제 미중관계의 최근 양상을 객관적으로 추적해보자.

1) 중국의 전략: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

2008년은 미중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가 어려움을 겪을 때 중국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이 과정을 통해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역할과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후 중국은 대외정책의 기본방침이었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다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예컨대, 세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소집된 G20 회의에서 중국은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2009년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도 ‘베이식(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중국, BASIC)’ 그룹을 만들어 미국에 대항했다. 또한 2010년에는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에서 일본과 충돌했으며, 남중국해 지역에서는 베트남과 필리핀의 석유 탐사를 물리력으로 제지했다.

하지만 중국의 외교정책이 과연 도광양회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공세적인 외교로 전환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2008년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논쟁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과 중국 학계의 주류 견해는 기존의 외교방침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7) 실제로 올해 7월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중국은 4년 무역전쟁 전 강조한 바 있던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 개념을 재차 사용했다. 비록 ‘적극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방점은 여전히 공격이 아닌 ‘방어’에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중국 국방백서는 국방비 비율이 크게 감소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근 30년간 중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평균 2% 미만으로 유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지출 대비 17.37%(1979년)에서 5.14%(2017년)로 급감했다는 것이다.8)

다만 중국이 규정한 핵심 이익과 관련해서는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 실제로 중국 국방백서는 2012년 이후 해당 지역에서 4,600 건 이상의 해상 보안 순찰과 72,000 건의 권리 보호 및 법 집행 선박을 배치해왔음을 강조하면서, 주권과 연결된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명시했다.9)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범할 경우, 그 방점이 ‘방어’에서 ‘적극적’으로 옮겨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동중국해, 남중국해, 그리고 한국 서해의 주요 해역 등에 대한 미국의 침범 및 도발이 있을 경우, 미중 간 군사적 마찰도 발생할 수 있으리란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 방어’ 기조는 경제 영역에서도 관찰된다.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공세적이기보다는 방어적이다. 시진핑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 공세를 중국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자유무역의 가치를 훼손하는 다자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함으로써 전면적인 양자대결 구도에서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10) 중국 공산당은 자신의 당-국가 체제(party-state system)의 정당성을 높은 경제성장 속에서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현재 수준의 성장을 유지하면서 국내 일자리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정권 유지의 핵심 조건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미국과 경제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조속하게 종결해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유인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24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뉴욕에서 열린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 등과의 만찬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은 다자주의를 주장하고 일방주의를 반대하며 국제문제에서 유엔의 핵심적 역할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미·중은 이미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투자 대상국이며 산업, 공급, 가치 사슬이 깊게 연관돼있는 이익 공동체인 만큼, 이렇게 상호 의존이 깊은 두 나라가 서로 관계를 끊고 문을 닫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비이성적,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11)

하지만 안보 영역과 마찬가지로 경제 영역에서도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범할 경우, 중국은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올해 5월 미중간 무역 협상이 합의 직전에 결렬된 핵심 이유는 중국 지방 정부에 대한 보조금 지급, 사이버 안전법 수정, 외국자본 기술 이전 강요 등과 같은 이슈들에서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일반적인 통상 이슈를 넘어서 과도하게 국내 정치와 경제 문제에 개입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의 관세 인상 발표와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관세 선언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확전됐다. 이처럼 중국이 생각하는 핵심 이익이 갈등의 축으로 부상할 경우, 미중 간 무역전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 미국의 전략: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트럼프 정부가 2017년 12월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Review)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미국의 핵심전략이라고 명시했다. 미국의 부흥을 위해 스스로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세계에 투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9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래는 세계주의자의 것이 아니라, 애국주의자의 것(The future does not belong to globalists, the future belongs to patriots)”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 공공재적 가치보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트럼트 정부의 안보전략과 경제전략은 이러한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 안보적 측면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기본적으로 국제질서를 홉스적 시각으로 본다. 즉, 국가들은 제로섬(zero-sum)의 경쟁관계에 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12) 트럼프 정부가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명시한 데 이어, 올 6월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Indo-Pacific Strategy Review)에서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 하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다자주의보다 양자주의를 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기존부터 FTA와 같은 양자협정을 주요 통상정책 수단을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양자주의 자체가 새로운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정부의 양자주의가 기존과 구분되는 지점은 양자주의를 다자주의라는 큰 틀 하에서 작동하는 보완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자주의의 틀을 깨는 대체재로 활용하려는 급진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TPP 탈퇴를 비롯해 WTO에 대한 비판, NAFTA 개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안보와 경제, 그리고 경쟁국과 동맹국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진행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 협상과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9월 25일 미국은 일본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추가 개방하는 내용의 1단계 무역협정을 일본과 맺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TPP 탈퇴에 대한 미국 농가의 불만을 잠재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는 현재 2.5%인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지난 6월 G20 회의에서는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불평등을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일본 정부는 미국과 본격적인 무역협상 논의를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1차 무역협정에 합의했고, 이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 “미국에 휘둘려 무역협정에 서명”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13)

문제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는 스스로의 내재적 모순에 의해 본래 트럼프 정부가 의도했던 결과를 달성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데, 미국의 경제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중상주의 기반의 양자주의는 오히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고, 그 결과 중국 견제 효과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으리란 것이다. 특히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동맹국 시민들의 불만이 증가할 경우, 미국의 협상 레버리지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동맹을 비롯한 안보정책을 결정할 경우, 각 국의 정책결정자들은 국내 집단의 반발 정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14) 실제로 최근 미국 리더십에 대한 세계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향이 관측되고 있다. 예컨대, 갤럽 세계 여론조사(Gallup World Poll)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리더십에 있어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11.2% 포인트가 하락해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국보다 순위가 낮아졌다.
글로벌 리더십 여론조사 (2008-2018)

출처: Global Peace Index. 2019. p. 40.

4. 미중간 분쟁/전쟁 발발 가능성의 요인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이라는 체제 수준의 분석으로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관계의 역동적 변화 양상을 추적하고 전망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만큼 그 전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각 이론 내에서도 현실에서의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유연한 형태로 해석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기반으로 미중관계에 대한 몇 가지 예측을 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과 중국 간 군사력 격차와 핵억지 등의 요인을 감안할 때,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적인 패권전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설령 2030년대에 중국이 군사력과 경제력 측면에서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세계 차원의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국제정치에서는 행위자도 보다 다양해졌고, 기존의 패권국을 중심으로 하는 규범이나 문화 등과 같은 요소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물질적 측면에서 기존의 패권국을 넘어선다는 것은 두 국가 간의 격차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지금부터 2030년대까지 미국과 중국의 정책방향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향후 시나리오도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만약 미중 간 패권갈등이 발생한다면, 그 지점은 미국 우선주의가 중국의 핵심이익과 충돌하는 동아시아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 과정을 복기해보면, 양국은 끊임없이 갈등과 타협을 반복하면서 서로가 용인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까지인지를 탐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중상주의적 전략에 기본적으로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방어’적 입장을 취했지만, 그 공격의 깊이가 중국의 핵심이익을 침범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무역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갔다. 이런 경제적 갈등은 군사영역에서도 충분히 발생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미국과 전면적인 군사적 갈등은 피하겠지만, 중국의 안보적 핵심이익이 밀집되어 있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과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의 압박이 더욱 강력해질 경우, 중국은 최근 집중투자하고 있는 ‘반접근 지역거부(Anti-access, Area Denial, A2AD)’ 전력을 기반으로 미국 및 동맹국들과의 군사적 마찰도 불사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 우선주의’의 내재적 모순에 의해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당분간 증가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의 경제성장을 최우선에 두는 것과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 사이에는 깊은 괴리가 존재한다. 그만큼 향후 가장 강력한 경쟁자(중국)와 동맹국(한국·일본)이 혼재하는 동북아 지역의 안보 불안정성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을 둘러싸고 최근 미국 국내정치가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어 미국을 포함한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넷째,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에 어느 한 국가에 전적으로 편승하기보다는 시기별로, 그리고 사안별로 복합적인 관계망을 형성하려고 할 것이다. 심지어 미국과 가장 강력한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이미 경제 영역에서는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따라서 세력균형론이나 세력전이론에 기반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어느 한 편에 설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이론이 현실을 넘어서는, 즉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현실 속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그 균형을 찾고 사안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응해 나갈 확률이 높다.

다양한 지표들이 말해주고 있는 바와 같이, 미중 간 세력관계가 급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과도한 확신에 찬 몇몇 이론가들이 단정하는 바와 달리, 그 끝이 평화와 연결되어 있는지, 아니면 전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누구도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본격적인 세력전이의 상황에서 미중과 주변국가들이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방향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세력균형론과 세력전이론의 다양한 견해들을 종합해보면, 향후 미중간 전면적 패권갈등이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중국이 규정한 핵심이익이 집중되어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지금과 같은 미국 우선주의가 지속될 경우, 미중간 국지적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령 국지적 충돌이라고 하더라도, 군사적 마찰은 민족주의와 결합해 언제라도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본격적인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에 최근 많은 세계적 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에게 치킨 게임을 멈추고, 평화적 공존(peaceful coexistence)을 도모할 것은 주문하고 있다.15) 어떻게 하면 두 정상이 이런 충고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미중 무역전쟁이 패권전쟁으로 확산되지 않기 위한 해법 모색은 양국의 이익과 갈등이 중첩되어 있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시급한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중미 간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미국은 1차로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추징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최근 다시 2,000여억 달러에 대한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였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대해 상응한 보복관세를 매김으로써 맞대응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이제 누구의 눈에도 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재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G2 두 나라 간의 무역전쟁은 분명 국제질서 전반과 한반도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핵무기의 존재 때문에 강대국 간의 갈등이 ‘전쟁’으로 전면화할 수 없는 오늘날 조건에서, 이렇듯 거의 전 산업에 걸친 대규모의 ‘전면적 무역전은 전쟁을 제외한 강대국 간 갈등의 최고 표현 형식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열강들은 먼저 자신의 세력권을 배타적으로 ‘블럭화’ 하였는데, 이 같은 보호무역을 실시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면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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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이두

그렇다면 이렇듯 양국 간에 무역전이 전면화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금번 무역전쟁은 오바마정권 때 본격화한 ‘아시아 회귀전략’으로 대표되는 대중국 억제전략의 연장이자, 그 새로운 발전단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바마정부의 ‘아시아회귀전략’ 은 처음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대리전적 갈등’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당시 미국은 필리핀을 앞세우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역내 관련국들의 권리주장을 적극 부추기면서 그 배후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형국을 취하였다. 이 단계는 필리핀정부의 국제중재법원에의 제소가 승소판결을 받은 2016년7월에 정점에 달하였다. 그러나 이후 점차 기세가 누그러지면서, 특히 당해 말 실시된 필리핀 대선에서 아키노정부를 잇는 친미파가 정권을 상실하고 현재의 비교적 자주적이며 친중국 성향의 두테르테 신정부가 탄생함으로써 ,이 단계에 있어 미국의 전략은 거의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남중국해 카드가 실패로 끝나면서 미국은 할 수 없이 새로운 전장을 물색하게 된다. 이 경우 미국에게 남겨진 것은 ‘대만’ 과 ‘무역전쟁’ 두 개의 카드라 할 수 있다. 그중 대만 카드는 자칫 중미관계의 근저를 뒤 흔들면서 진짜 ‘전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카드이기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예컨대, 대만독립파인 현 민진당 정부가 미국의 지원을 믿고 진짜로 독립을 선언할 경우, 중국은 ‘반국가분열법’에 의해 자동적으로 대만을 무력통일하게 된다. 그럴 경우 미국의 입장은 매우 난처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트럼프정부로서도 대만카드에 대해선 아직까진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무역전쟁’이 중미 대결의 제2단계 주요형식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둘째로, 미국 내부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 대해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로부터 지금의 중미대결이 ‘무역전쟁’이라는 형식을 빌려 표출할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른 문제들, 예컨대 미국이 자신의 동맹국으로까지 무역전을 확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도 이해할 수 있다.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는 미국의 경우 내적 연관을 갖고 있다. 이들은 ‘쌍둥이 적자’로 일컬어지는 대단히 미국적인 현상인데, 1980년대 중반 레이건정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쌍둥이 적자’ 가운데 발단은 ‘재정적자’라 할 수 있다. 즉,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미국정부가 달러 발행을 남발하게 되고, 그 다음 증가된 달러를 가지고 국내의 공급부족에 따른 물품 결핍을 해외수입을 통해 메우다 보니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직 세계 기축화폐인 달러를 보유한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참고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아래 표에서 보듯 현재 이미 GDP의 130%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나라 같으면 파산선고를 해야 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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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 국가통계포털 (KOSIS)

어떻든 이 같은 재정적자로 인해 야기된 ‘무역적자’는 최종적으로 국내의 산업공동화고용문제를 야기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통치세력으로서는 언제까지나 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한 기층 대중들의 불만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러 미국사회 불안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정작 이 같은 대중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등장하였기 때문에,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고 차기 재선을 노리고 있는 그로선 어떻게든 일자리문제에 있어 내세울 만한 업적을 만들어야 만하는 처지이다. 그를 위한 좋은 소재가 바로 타국과의 무역 분쟁을 이슈화 하는 것이다. 트럼프정부는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거대한 무역적자가 바로 중국을 비롯한 대미 흑자국가들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들로부터의 수입을 규제함을 통해 국내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낡은 공약을 내걸고 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라는 ‘우연적 요소’ 역시 간과될 수 없다. 사실 앞서 열거한 두 가지 요인 사이에 모순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그간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세계 각국의 개방화와 지구화시대의 경제일체화를 선도하여 왔다. 이처럼 시대적 흐름을 이끌어 왔기에 미국은 탈냉전 이후의 지구화시대에 있어 패권국가로서의 지위와 리더십을 지금까지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앞서 쌍둥이 적자와 관련된 부분은 사실상 미국에게 ‘보호무역주의’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비록 유일패권을 노리는 미국에 있어 대중국 억제전략이 시급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그간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면서까지 지구화시대에 역행하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앞뒤가 맞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워싱턴 정가의 정통노선과 이질적인 트럼프의 등장은 얼마간 이 같은 모순을 완화시켜 줄 수 있다. 트럼프는 이 경우 하나의 ‘우연적’ 사건으로 간주될 것이며, 미국 전략의 내적 모순에 대한 일종의 절충적 해결방안으로 치부되게 될 것이다. 사실 트럼프 자신이 매우 모순적인 존재이다. 그가 이끄는 행정부는 얼핏 보아도 상호 충돌하는 정책들로 가득 차 있다. 예컨대, 한편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동맹국들과 얼굴을 붉히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같은 포퓰리즘적 국수주의 정책을 미국 내에선 ‘신고립주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최근 오바마정부가 어렵사리 성사시킨 이란과의 협정을 파기하면서까지 중동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강력한 미국’ 노선의 관철을 위해 군비를 대폭 증강하는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며, 트럼프정부가 여전히 세계 패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의 돌출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개성’은 워싱턴의 정통엘리트들을 한편에선 골치 아프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 그의 ‘파격’과 ‘돌발성’은 미국의 서로 다른 전략 목표들 간의 모순을 은폐시켜 준다.

우리는 이상에서 금번 중미 간 무역전쟁이 기존의 대중국 억제전략의 한 단계 발전이자 ‘쌍둥이 적자’의 누적과 관련되어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와 동시에 새로 등장한 트럼프정부의 독자적인 경제·정치 정책이라는 우연적 요소 역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사회를 연구할 목적으로 16년간 중국 유학생활을 보냈다. 중국인민대학과 상해재경대학에서 각각 금융(학사)과 재정(석사)을 전공했고 최종적으로 북경대에서 레닌의 정치신문사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8월 귀국하여 울산에 정착해 현재 울산 평등사회노동교육원에서 교육강사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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