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기본자산’. 불평등 해결할 대안은?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6월 21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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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의원, 소병훈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출처=용혜인 의원실

기본 자산

청년에게 최소한의 ‘자산’ 지급
국내에선 4·15 총선 때 첫 등장

‘기본소득’이 여야 정치권의 핵심 어젠다로 주목받는 가운데 ‘기초자산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매월 일정 소득을 국민 모두에게 무조건 지급하자는 것이라면, 기초자산제는 일정 연령에 다다른 청년에게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산’을 주자는 것이다. 지난 2019년 9월 세계적 석학인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가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책을 발간하며 제안한 개념이다. 피케티 교수는 만 25세 되는 모든 청년에게 12만유로(약 1억5000만원)의 자산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기초자산제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정의당이 ‘만 20세 청년들에게 3000만원을 주자’는 내용의 ‘청년기초자산제’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이다. 1년에 최대 1000만원을 인출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3년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필요한 예산은 18조원으로 예상했다. 현재도 정의당은 청년당을 중심으로 해당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기초자산제는 청년 세대가 직면한 불평등 문제에 대한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종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Vs 기본자산’. 불평등 해결할 대안은? 교수는 “정치권에서 기초자산제를 일종의 청년 복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면서 “생애 주기상 어린이나 노인에게는 복지가 있지만 청년에게는 복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기초자산제는 청년 복지를 넘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공정하게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본소득과 마찬가지로 재원 마련이 문제라는 것이다. 청년 세대를 위한 정책이라면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을 떠나 노동시장 재구조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표심을 자극하려는 주장일 뿐”이라며 “돈이 아니라 정의롭고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청년들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기초자산제는 현재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난 4·7 보궐선거 때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변성완 부산시장 예비 후보가 각각 ‘청년출발자산’과 ‘부산형 청년기초자산제도’를 공약한 바 있다. 현재 기초자산제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다. 여권 대선 주자인 김두관 의원이 내걸고 있는 기초자산제는 정부가 모든 신생아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고 이를 공공 기관에 신탁한 뒤 20세가 되면 6000만원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김두관 의원은 이를 ‘국민기본자산제’라 부르고 있다.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사회초년생에게 총 1억원의 기초자산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기본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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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불평등 사회 대안과 쟁점: 기본소득 vs 기본자산 토론회' 열려
소병훈 의원 “4차산업혁명 등 변화 대응위해 기본소득 보장해야”
김두관 의원 “기본자산 지지. 자산격차 해결해야 불평등 해소 가능”
기본자산 “같은 출발선에 설 기회 제공해야” VS 기본소득 “모든 구성원 안정적인 삶 제공”

심화되는 불평등 사회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어떤 정책이 실효가 있는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기본소득은 아무런 조건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다. 기본자산은 기본소득과 달리 특정시점에 소액이 아닌 목돈을 지급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 무엇이 적합한지 고민해볼 수 있는 ‘불평등 사회 대안과 쟁점 : 기본소득 vs 기본자산’ 토론회가 지난 1월 28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김두관·소병훈·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공동주최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의원, 소병훈 의원, 허영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출처=용혜인 의원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의원, 소병훈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출처=용혜인 의원실

토론회 좌장은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가 맡았다. ‘왜 기본소득 제도인가?’를 주제로 서정희 군산대 교수('기본소득이 온다' 공동저자)가 먼저 발표했고, 김만권 경희대 교수('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저자)의 ‘왜 기본자산 제도인가?’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패널로는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와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이 참석해 발표자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대표주자 총출동

토론회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도입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기본소득 측 소병훈·허영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병훈 의원은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일자리 감소 등 경제·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의원은 지난해 9월 기본소득 정의규정과 지급대상 등을 명시하고, 지급액을 국가기본소득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하는 ‘기본소득 제정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허영 의원 역시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용혜인 의원 역시 “코로나19는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 사회정책의 상상력에 문을 열어줬다. 지난해 5월 정부재난지원금이 그 사례”라면서 “금과옥조로 여긴 재정건전성 고수에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더 적극적 재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 의원은 “코로나19가 끌어낸 정책적 상상력을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본소득당은 월 60만원 기본소득 지급을 내세우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기본소득 공론화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백승호 가톨릭대교수좌장,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서정희 군산대교수,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김만권 경희대교수./출처=용혜인 의원실

왼쪽부터 백승호 가톨릭대교수좌장,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서정희 군산대교수,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김만권 경희대교수./출처=용혜인 의원실

이에 비해 기본자산 측 김두관 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기본자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두관 의원은 “저는 기본자산을 주제로 지난해 두 번 토론회를 열고 신생아기본자산제와 이를 주거 정책과 결합한 국민자산주택제도를 제안했다”며 “기본자산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자산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구조적 불평등 해소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Vs 기본자산’. 불평등 해결할 대안은?

김 의원은 신생아 출생시 2000만원을 신탁해 성년이 됐을 때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생아기본자산제’와 재원을 LH에 주거재원으로 신탁해 성년에 주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자산주택제도’를 제안했다.

강은미 의원은 “정의당은 ‘부모찬스’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청년이 삶을 열어가기 위한 3000만원 청년기초자산을 제안한다”며 “기본소득과 기초자산이 대립적으로 논의되기보다 불평등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지난 21대 총선 제1호 공약으로 모든 만 20세 청년에게 3000만원을 3년에 걸쳐 분할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를 제시했다.

용 의원은 토론회 의의에 대해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의 소통을 위해 여는 장”이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가 양 대안의 단순대립이 아닌 소통하는 자리였다는 의미다.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은 “일정 소득을 모두에게 보장하는 기본소득과 일정 자산을 제공하는 기본자산은 둘 다 불평등 완화위한 제도”라며 “하나의 제도를 실시하며 다른 제도를 보완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회성 목돈 지급으로는 일상 유지·계획 어려워. 기본소득 정기지급으로 가능”

서정희 교수는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기본자산제의 쟁점을 짚었다. 그는 우선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모두 사회가 공유한 부에 대한 권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뿌리가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본자산이 기본소득의 5가지 요건(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 중 보편성, 정기성과 무조건성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반면, 기본자산은 성인이 되는 시기 일회성 목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서정희 교수가

서정희 교수가 '왜 기본소득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서 교수는 “기본자산은 기회의 평등과 같은 ‘거시자유’를 추구하지만, 일회성 지급에 그치기 때문에 생활의 안정성이라는 목표는 배제한다”며 “목돈을 통한 자유 추구는 결국 자산 증식을 꾀하는 투자자의 삶을 선택하게끔 유도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기본소득은 삶의 최저선을 보장해 일상의 유지와 계획이 가능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본자산 지급 대상을 청년으로 설정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삶에서 위험은 특정 연령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며 “특히 공유부 분배라는 관점에서 보편성은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본자산이 불평등의 본질적인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서 교수는 “한국에서 논의되는 기본자산은 증세없이 기존 상속세로 지급하자는 것”이라며 “증세없는 낮은 수준의 기본자산은 자산 불평등 완화 효과도 낮다”고 꼬집었다.

그는 토론 말미에 “거시자유는 물론이고, 생활안정성과 자산불평등 완화는 모두 중요한 문제”라면서 “기본자산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기본소득으로 생활안정성을 보장하고, 거기에 더해 기본자산을 도입되는 것은 고민해볼만 하다”고 밝히며 발표를 끝마쳤다.

“기본자산이 재원마련 용이하고, 실현 가능성 더 높아”

김만권 교수는 발표를 통해 기본자산이 더 나은 이유를 소개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김만권 교수는 발표를 통해 기본자산이 더 나은 이유를 소개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이어서 발표를 진행한 김만권 교수는 먼저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그 목적이 각각 ‘기본적 소비력 보장’과 ‘인생계획 실행 기회 제공’으로 상이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자산은 ‘최소한의 사회적 상속’을 주자는 것”이라면서 “세대 간 불평등 완화에 더 효과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본자산이 필요한 이유로 ▲계층이동 가능성 ▲재원마련의 용이성 ▲최초 수용과정에 있어 정치적 안정성 등 3가지를 들었다.

먼저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해 “기본자산은 인생계획을 실천함으로써 계층간 이동 가능성을 높인다”며 “특히 여럿이 모은다면 상당한 자본금이 돼 실행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모은 자본금으로 협동조합을 구축하거나 사회적기업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기본소득은 불평등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수긍하며 만들어진 순응적 대안이라면, 기본자산은 결과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재원 마련의 용이성에 대해서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모두 훌륭한 대안”이라면서도 “당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건 기본자산”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1인당 매달 30만원씩 준다고 가정하면 180조원이 필요한데, 기본자산은 정의당의 청년사회상속제(만 20세 청년에게 3000만원 지급)를 예로 들어 약 16조원 안팎이면 가능하다는 분석을 소개했다.

김만권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매 20년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액수의 금액을 배당하는 변형된 기본자산

김만권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매 20년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액수의 금액을 배당하는 변형된 기본자산 '생애주기자본금'을 제안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김 교수는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면 기존 조세체계와 분배체계를 다 바꿔야 하지만, 기본자산은 기존 분배체계에서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원규모가 작기에 “기존 복지 수혜자의 조세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어 최초 수용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더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기본소득은 모든 구성원이 혜택을 보지만 기본자산은 유권자 대다수가 직접 수혜를 누릴 수 없기 때문에 기본자산보다 주목받는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로 김 교수는 ‘생애주기자본금’을 제안하기도 했다. 생애주기자본금은 매 20년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액수의 목돈을 배당하는 제도다. 가령 20살, 40살, 60살에 새로운 인생설계를 위한 목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기본소득 “모두의 생활영위 가능케 해” VS 기본자산 “부모찬스 대신 사회찬스”

이어진 토론시간에서도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에 대한 첨예한 토론이 펼쳐졌다. 먼저 안효상 상임이사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정당성과 원천이 다르지 않다고 전제했다. 안 이사는 "개인들에게 물질적 토대를 제공해 자유를 실질적인 것으로 만들려 한다는 점에서 두 아이디어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정당성을 사회 공유부에서 Vs 기본자산’. 불평등 해결할 대안은? 찾는다는 점과 개인의 자유 증진을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기본자산제는 일상적 소비를 넘어서는 목돈을 개인에게 귀속시킨다”면서 "공공의 것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적 개인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반면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공유지분권에 기초해 모두에게 적절한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제도”라고 봤다. 공유지분권 모델이란 문명의 이점을 보존함과 동시에 모두에게 적절한 생계수단을 일상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이 토론하고 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이 토론하고 있다./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유튜브 캡처

다음 토론자로 나선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자산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기본자산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상당한 누진적 조세가 없다면 기본자산제로 자산불평등 해소가 쉽지 않다”면서도 “기본소득도 소액에서 시작할 수 있듯 기초자산도 한 번에 큰 규모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소장은 기본자산, 특히 ‘청년기초자산제’가 부모찬스대신 사회찬스를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보장해주자는 의미”이라며 “청년들이 겪는 취업, 주거, 결혼 등의 과제를 개인 책임이 아닌 사회 책임의 영역으로 넣자는 것”이라 설명했다.

기본 자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당신의 능력은 만들어졌다

당신의 능력은 타고난(being born) 것인가, 만들어진(being made) 것인가.ⓒ뉴시스

당신의 능력은 타고난(being born) 것인가, 만들어진(being made) 것인가.ⓒ뉴시스

자본주의 사회는 능력에 따른 자원 배분의 결과를 받아들인다. 그에 따른 소득이나 자산 격차 역시 당연한 귀결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껏 용인해온 능력주의를 공정한 기준이라 할 수 있을까.

오늘날 능력은 부모의 소득‧자산에 비례해 만들어진다. 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대물림된 부를 바탕으로, 교육 혜택과 인적‧문화 자본을 향유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17배의 사교육 격차는 높은 특목고‧명문대 합격률로, 이는 전문직‧대기업 등의 고소득 일자리로 이어졌다.

과연 능력에 따른 소득 격차를, 단순히 노력의 결과로만 볼 수 있을까. 이는 개인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상속과 세습으로 당연하게 주어지고 만들어지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그런 기회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조귀동의 에서는 “상위 10%에 속하는 세습 중산층은 그 격차를 ‘능력의 차이’로 포장하며,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계층 지위를 물려주고자 노력한다”고 꼬집었다.

부모의 능력이 자식의 능력을 낳는 사회는 건강한 자본주의가 아니다. 능력의 차이가 결국 세습으로 고착‧심화된 소득 격차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능력주의 불평등’이다. 다니엘 마코비츠 교수는 에서 “능력주의는 불평등 확대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불평등이 자라난 뿌리”라고 지적했다.

“기본자산은 모두를 위한 공정한 출발 제도”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기본적으로 두 해법 모두 불평등을 완화할, 부의 재분배 수단으로 나왔다. 그러나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지급 방식에 있어 차별점이 있다. 월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기본자산 혹은 기초자산은 일생에 한 번 목돈을 지급하는 제도다.

기본소득 주창자로 알려진, 필리프 판 파레이스는 두 해법의 관계를 ‘사촌관계’에 빗댔다. 그는 “기본소득이 평생에 걸쳐서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반면, 기본자산은 성인이 되려는 출발점에서 청년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관심을 가진 건 기본소득이었다. 여야(與野) 모두 올해 상반기 기본소득 논쟁에 가담했다. 도입 유무뿐만 아니라 금액 규모, 지원 대상, 자금 확보 방안 등을 놓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그에 반해 기본자산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제도다. 그렇다면 왜 일부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이 아닌 기본자산을 주장할까. 기본자산이 불평등의 출발점을 바꿀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정치권에서 기본자산(기초자산)을 꺼내든 건 정의당이었다.ⓒ뉴시스

가장 먼저 정치권에서 기본자산(기초자산)을 꺼내든 건 정의당이었다.ⓒ뉴시스

가장 먼저 정치권에서 기본자산(기초자산)을 꺼내든 건 정의당이었다. 정의당은 지난 1월 첫 번째 총선 공약으로 ‘청년기초자산제도’를 내세웠다. 이는 만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3천만 원의 출발자산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양육 시설 퇴소자 등 부모가 없는 청년에게는 최고 5천만 원의 기초자산 지급을 목표로 한다. 반면 일정 금액 이상 상속‧증여를 받는 자에겐 클로백(상위층 세금환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기본 설계다.

정의당은 3~5천만 원의 기초자산 규모를 “청년들이 부모의 도움이 없더라도 사회에서 자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종자돈의 규모”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이 기초자산을 도입하는 배경엔 ‘청년’이 있다. 태어난 배경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는 ‘전근대적 세습사회’로, 청년에게 사회진입을 위한 자체적 잠재능력을 높일 기회의 최소 선을 원천적으로 높여주자는 것이다.

김두관 의원은 신생아 계좌에 2천만 원을 지급해 성인 이후에 4~5천만 원을 수령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두관 의원

김두관 의원은 신생아 계좌에 2천만 원을 지급해 성인 Vs 기본자산’. 불평등 해결할 대안은? 이후에 4~5천만 원을 수령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두관 의원 ‘카드뉴스’ 갈무리

정의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기본자산의 목소리가 생겨났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5일 기본자산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바꾸기 위한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상속이란 개념을 일부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신생아 계좌에 2천만 원을 지급해 성인 이후에 4~5천만 원을 수령할 수 있는 Vs 기본자산’. 불평등 해결할 대안은?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소득 vs 기본자산

그렇다면 기본자산이 기본소득에 비해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 두 해법 모두 불평등이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지급 방식에서 관점의 차이가 드러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3천만 원의 청년기초자산을 ‘일확천금’ 내지 ‘도박’으로 표현했다. 용 의원은 “기초자산제도는 불안정한 청년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우리에겐 3천만 원짜리 도박보다는, 오늘의 도전을 기반으로 내일을 계획할 수 있는 정기적인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소득의 ‘생애 전반에 걸친 불안감 해소 및 안정성’에서 강점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기본자산(기초자산)론자들은 기본소득의 ‘푼 돈’으로는 자립적으로 삶의 전망을 열어갈 ‘밑천’이 되지 못한다고 봤다. 정의당은 대학 교육비, 주거 임대보증금, 창업활동 등을 예로 들며 3~5천만 원은 ‘일확천금’이 아닌,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자리 잡을 ‘안정적 규모의 종잣돈’이라 설명했다.

정의당이 청년기초자산을 3~5천만 원으로 설계한 이유ⓒ정의당 공약 세부설명 자료 갈무리

정의당이 청년기초자산을 3~5천만 원으로 설계한 이유ⓒ정의당 공약 세부설명 자료 갈무리

한편 김종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에서 ‘기본소득은 실현 가능성도 없고, 자산 재분배 효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YTN 라디오 에 출연해 “기본소득제는 사이비 공산주의”라며 “자본주의 시장 개혁 없이, 공산주의 이념이 담긴 공평한 배당제도가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기성이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의 ‘푼 돈’이 기존의 사회복지제도를 위축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같은 재원을 쓴다면 Vs 기본자산’. 불평등 해결할 대안은? 효과적인 곳에 쓰여야 된다”며 “양극화 해소, 사각지대 해소, 그리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사회복지제도에 쓰는 것이 효과적이지, 기본소득에 쓰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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