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캐시의 탄생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3월 24일 | 0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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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캐시’를 만든 데이비드 차움. ⓒphoto cryptovantage.com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비트코인이 양국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을 E캐시의 탄생 지원하는 비트코인 기부 행렬이 이어지는가 하면 러시아가 서방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 제도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특성과 익명성을 가진 탓이다.

25일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비트코인 기부가 급증했다. 24일(현지시간) 12시간 동안 40만달러(약 4억8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 '컴백 얼라이브'에 기부됐다.

러시아도 비트코인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러시아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러시아 정부가 암호화폐를 활용해 이를 회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탈중앙화 때문이다. 전자지갑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송금하는 작업은 기존 금융권이나 은행을 통하지 않는다. 지갑 소유자를 추정하기도 쉽지 않다.

컴백 얼라이브는 SNS에 암호화폐를 송금할 수 있는 지갑 주소를 공지하고 있다. 해당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기부하면 금융기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제를 차단하더라도 이를 우회할 수 있어서다. 침공으로 인한 통화 불안정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전 세계로부터 기부를 받기에도 용이하다. 해외 어느 국가에서 기부하더라도 환전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는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자금 제재가 금융망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비트코인을 통해 이를 피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재안을 발표하며 "우리는 (러시아의) 4개 주요 은행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규모상 두 번째로 큰 은행인 VTB를 비롯해 국영 스베르은행과 이들 은행 자회사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주요국의 제재는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통상적으로 금융망을 통해 제재가 이뤄진다. 전 세계의 은행은 돈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파악한다.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라 제재 대상 기업과의 거래를 차단하고 이를 당국에 보고한다. 은행이 금융 제재의 '눈과 귀'가 되는 셈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P2P(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금융 생태계 바깥에 있다는 게 특징이다. 금융 생태계는 중앙에서 관리하는 주체가 존재하는 반면 P2P 거래는 관리 주체가 없다. 개인이 직접 현금을 주고받으면 계좌이체와 다르게 거래자나 내역을 추적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셈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주고받는 지갑도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지갑을 만드는 데 실명과 같은 개인정보도 불필요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는 직접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성준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장(앤드어스 대표)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누구도 통제 불가능한 네트워크"라며 "북한을 비롯해 금융 제재를 받는 나라가 암호화폐를 활용한 채널을 자금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규제 당국과 업계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호화폐 거래도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첸 아라드 암호화폐 모니터링 업체 솔리더스랩스 공동 설립자는 "암호화폐가 제재를 우회하는 도구로 거론된다는 것은 암호화폐가 성숙했다는 신호"라면서도 "정부가 암호화폐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점점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캐롤라인 말콤 블록체인 데이터 업체 체이널리시스의 국제 정책 책임자는 "지갑 주소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블록체인상에 암호화폐 거래 내역이 남아도 누구 소유인지 아는 방법이 간단하지 않다"며 "의심되는 지갑을 차단한다고 해도 사후에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과의 만남

‘e캐시’를 만든 데이비드 차움. ⓒphoto cryptovantage.com

‘e캐시’를 만든 데이비드 차움. ⓒphoto cryptovantage.com

데이비드 차움은 1985년에 ‘신분 노출 없는 보안: 빅브라더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이라는 논문으로 사이퍼펑크 운동을 촉발시켰다. 이어 1988년 ‘추적 불가능한 전자화폐’라는 논문을 통해 인터넷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추적 불가능한 디지털화폐를 제안했다. 세계 최초로 암호학이 적용된 익명성 디지털화폐를 제안한 것이다.

차움은 이를 개발하기 위해 1990년 네덜란드에 ‘디지캐시(DigiCash)’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미국 정부의 견제를 피해 해외로 나간 것이다. 그는 1982년 발표한 백서를 토대로 ‘e캐시’ 개발에 착수했는데, 사용자를 비밀에 부치면서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화폐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마침내 1993년 세계 최초로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익명성이 보장된 디지털화폐 ‘e캐시(ecash)’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차움은 e캐시에 ‘은닉서명, 암호화된 계좌, 이중지불방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그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원은 암호화하지만, 누구에게 보내는지는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비트코인과 유사한 아이디어다. 이로써 e캐시는 은행이 모든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신용카드와 달리 거래내역을 관리주체가 알 수 없도록 익명성을 보장했다. 차움을 암호화폐의 시조로 부르는 이유다.

e캐시와 나중에 나온 비트코인의 차이는 e캐시는 은행에 라이선스를 판매하려고 은행과의 연계를 위한 ‘중앙집중시스템’을 사용한 반면,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탈중앙화시스템’을 토대로 했다는 점이다. 차움이 설립한 디지캐시는 제법 잘나갔다. 차움은 네덜란드 정부, E캐시의 탄생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 등과 계약을 맺고 마이크로소프트, 비자카드로부터 지원을 받아 1000만달러 이상 투자를 이끌어냈다.

디지캐시는 디지털 토큰을 기반으로 한 전자결제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토큰을 교환할 수 있고 현금으로 교환도 가능했다. 특히 이 토큰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돈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도록 설계되어 익명성을 보장했다. 미국 미주리주 지방은행인 마크트웨인은행이 1995년 처음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해 소액결제에 활용했다. 1997년에는 대형 신용카드 발행사인 머칸틸은행 등이 이 시스템을 사용했다.

닉 재보 ⓒphoto 유튜브

닉 재보 ⓒphoto 유튜브

닉 재보의 합류

이때 e캐시 개발팀에 입사한 인턴사원이 닉 재보(Nick Szabo)였다. 1964년 헝가리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닉 재보는 1956년 헝가리 봉기에서 소련에 대항해 싸운 부친의 영향으로 소련과 같은 중앙집중식 정권이 얼마나 쉽게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지를 깊이 이해하며 자라났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자란 닉 재보는 1989년 워싱턴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그 뒤 재보는 데이비드 차움이 만든 디지캐시 스타트업에서 최초의 암호화폐 e캐시 개발에 참여했다는 것이 몇 해 전에 밝혀졌다. 데이비드 차움과 닉 재보, 이 두 천재의 만남은 암호화폐 개발사에 큰 획을 긋게 된다.

e캐시는 익명성을 못마땅해 하는 미국 정부 눈치도 있는 데다 당시의 기술적 한계와 사회적 여건의 미성숙으로 계약했던 은행들이 탈퇴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결국 디지캐시는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고 만다. 이로써 이 획기적 기술을 널리 보급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차움이 고안한 암호기술은 중앙기관이 제공하는 신뢰 없이도 합의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누구나 참여 가능한 ‘신뢰 프로토콜’의 핵심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비트코인의 주요 요소인 ‘분산공유 원장, 암호화된 계좌, 이중지불 방지시스템’은 모두 차움이 30여년 전에 개발한 것들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래서 그는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데이비드 차움과 닉 재보는 e캐시의 보급에는 실패했지만 최초의 e캐시를 거울삼아 문제점을 분석해나갔다. 우선 e캐시는 보안에 취약했다. 해킹으로 거래 잔액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너무 쉬웠다. 그리고 e캐시를 은행과 연계하다 보니 제3자의 가치에 신뢰를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는 감시와 검열에 노출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생명력에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제3자, 곧 은행의 신뢰에 의뢰하지 않는 독자적인 암호화폐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탈중앙화 암호화폐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그들은 e캐시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고 새로 개발될 탈중앙화 암호화폐는 다음 조건을 만족시키기로 했다.

첫째, 우발적인 분실 및 도난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둘째, 그 가치는 위조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고 따라서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셋째, 그 값은 간단한 관찰이나 측정으로 정확하게 근사되어야 한다.

비록 e캐시에서 실패했지만 귀중한 교훈을 얻은 그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새로운 탈중앙화 암호화폐를 개발하기로 했다.

한편 1990년대 중반 닉 재보의 관심은 인터넷 전자상거래 프로토콜 개발이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스마트계약’이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1994년 그가 제시한 스마트계약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제3의 중개기관 없이 개인 간 P2P 방식으로 원하는 계약 체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이다. 당사자끼리 합의한 조건에 따라 계약 내용을 자동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하여 당사자 간 분쟁 없는 투명한 거래를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1994년 ‘디지캐시’ 개발팀.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닉 재보로 추정된다. ⓒphoto www.chaum.com

1994년 ‘디지캐시’ 개발팀.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닉 재보로 추정된다. ⓒphoto www.chaum.com

닉 재보 ‘스마트계약’ 시스템 개발

스마트계약은 계약법 관행과 인터넷 유저들 사이의 전자상거래 프로토콜 설계에 대한 이행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스마트계약은 글로벌 시대에 국경을 넘는 계약일 경우 전통적 계약 방식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암호화폐의 발전에는 영국의 유대인 암호학자이자 사이퍼펑크인 아담 백(Adam Back)도 기여했다. 탈중앙화 화폐는 중간에 이중지불을 체크해줄 은행이 없기 때문에 탈중앙 화폐 스스로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아담 백은 1997년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이중지불을 방지할 수 있는 해시캐시(Hashcash)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었다.

아담 백은 1993년 하버드대학의 유대인 컴퓨터과학자 신시아 더크(Cynthia Dwork)와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암호학자 모니 나노어(Moni Naor)가 고안한 작업증명의 기본개념을 실제로 암호화폐 개발에 적용했다. 아담 백의 해시캐시는 원래는 대량 스팸메일을 막기 위해 개발한 암호화폐였다. 이메일을 보낼 때 우표 대신 해시캐시를 지불하게 함으로써 시간과 비용 부담 때문에 대량 스팸메일 발송을 못 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곧 이메일을 발송하기 위해서는 해시캐시 스탬프를 미리 받아야 하는데, 이 스탬프를 받으려면 컴퓨터 연산을 통해 일정한 해시(hash)를 찾도록 하는 작업증명(POW·Proof Of Work)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작업증명을 통해 특정 해시 값을 찾기 위해 수많은 반복 연산을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게 해서 결국 대량 스팸메일을 보낼 수 없도록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담 백이 개발한 해시캐시

가상화폐는 실물이 존재하지 않기에 컴퓨터 기반에서 대량 복제되거나 생성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이런 기술적 시스템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에 대한 내용이 모든 네트워크에 기록된다. 이는 관리 주체가 없는 공개적인 네트워크 공증을 뜻한다. 이 공증을 마무리하는 작업이 바로 작업증명이다. 해시캐시가 도입한 작업증명 방식은 이후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개발한 비트코인 채굴 알고리즘에 적용되었다.

작업증명 방식이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합의 알고리즘은 어떤 거래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거래가 유효한지에 대한 합의 방법 및 새로운 블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검증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아담 백이 해시캐시를 선보인 이듬해인 1998년 웨이 다이(Wei Dai)가 익명성과 분산방식 암호화폐인 비머니(B-Money)를 고안하면서 암호화폐는 다시 한 걸음 더 진전했다.

비트코인에 아주 근접한 암호화폐는 닉 재보가 만든 비트골드였다. 닉 재보는 디지털화폐를 금과 같은 희소성이 있되 제3자의 신뢰에 의존하지 않는 무엇인가로 만들고 싶었다. 즉 ‘디지털 금’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1998년 스마트계약 기반의 ‘비트골드’를 설계해 발표했다. 비트골드의 메커니즘은 금본위 화폐 발행 원리를 디지털로 구현한 것이었다.

비트골드는 탈중앙화 디지털화폐로, 참여자들이 컴퓨팅 파워를 통해 암호화 퍼즐을 푸는 방식으로 같은 네트워크에 있는 다수가 그 해답이 유효하다고 인정해야 다음 퍼즐로 옮겨갈 수 있는 구조이다. 퍼즐이 풀리고 네트워크 인증을 통과하면 그 퍼즐은 다음 퍼즐의 일부가 된다. 복사·붙여넣기를 통한 부정행위를 차단함으로써 디지털화폐의 이중지불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비트골드는 나중에 나온 비트코인의 구조나 원리와 매우 비슷하다. 비트골드는 실제로 시장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비트코인 아키텍처의 선구적인 모델이었다. 곧 비트코인을 만들 때 비트골드의 원리를 많이 참고했다는 의미이다. 특히 참가자들이 컴퓨팅 파워로 해시 문제를 풀어 비트골드를 얻게 되는 구조가 같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채굴 난이도가 증가하는 부분 등 기술적 메커니즘도 비슷했다. 이외에도 비트코인과 비트골드 모두 작업증명 합의 알고리즘에 의해 구동되고 컴퓨팅 알고리즘은 암호 퍼즐을 해결하는 데 사용된다.

‘디지털 금’ 비트골드의 의미

비트골드는 화폐의 경제적 특성을 재현하는 동시에 보안성을 강화하려는 시도였다. 닉 재보는 비트골드에서 두 가지 기능을 구현했다. 하나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사용자는 비트골드 네트워크를 통해 금융기관을 거칠 필요가 없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하나는 국경을 넘나드는 원활한 운영이다. 비트골드 같은 분산형 네트워크는 은행의 복잡한 경로를 제거하고 몇 분 내에 국경을 넘는 송금을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모두 훗날 비트코인에서 구현되었다.

비트코인과의 만남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비트코인 선물 ETF’가 출시되고, 비트코인뿐 아니라 알트코인들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코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현재 열풍은 과거 몇 년 전 비트코인의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때와는 사뭇 다르다. 투기의 대명사였던 코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활용도가 중심이 되어 코인을 바라보고 있다.

◇특금법, 그리고 차기 법규제를 앞둔 코인 시장

금융정보분석원(FIU)은 9월 24일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을 시행함으로써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규제는 해킹이나 전산 조작 등을 방지하고, 거래소가 고객 돈을 빼돌리거나 불법 단체에 의한 돈세탁, 테러 자금 모집의 통로로 쓰이는 것을 E캐시의 탄생 막기 위한 목적 아래 급속도로 시행된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특금법상 사업자 신고를 하기 위해서 크게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 확인 계좌 발급 확인서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갖추지 못한 업체는 원화 거래가 금지되는 조치가 단행됐다. 원화 거래 기준을 충족한 업체는 4개 업체에 불과할 만큼 강력한 규제가 있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트레블 룰 구축과 가상자산업권법 제정 등 예정된 규제가 산재해 있다.

◇ 급변하는 블록체인 시장

은행의 실명인증 계좌를 받지 못한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원화 거래가 막히면서 사실상 폐업상태에 돌입해야 한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중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 아래 중견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신사업을 개척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지닥은 SK(주)C&C와 부동산을 디지털 자산화의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형태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코어닥스도 가상자산을 이용한 신사업 추진을 위해 인력을 보강하고 차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NFT를 접목한 비즈니스가 늘어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는 온라인 경매 플랫폼 서울옥션을 비롯해 유승민 IOC 선수위원의 아이에스컴퍼니, 가수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사업 파트너와 NFT 사업 업무 E캐시의 탄생 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두나무는 K팝 기반 NFT 플랫폼 사업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JYP엔터테인먼트에 365억 원의 거액을 투자하고,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와는 5,000~9,000억 원 규모의 주식 스와프를 검토 중이며 BTS 굿즈 NFT를 출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NFT는 기존 가상자산인 코인과 태생적으로 ‘블록체인’의 같은 원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행과 유통과정이 유사하다. 거래소로서는 그동안의 발행·유통과정의 노하우를 NFT 발행에 즉각 활용할 수 있으며, NF T거래 통로로 자신들의 거래소를 이용하게 되면 수익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릴 수가 있다.

NFT 비즈니스는 활용플랫폼으로 메타버스(Metaverse, 3차원 가상세계)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각종 아이템을 제작하고 이를 판매하는 것을 NFT 기반으로 할 수 있으며, 가상공간에서 복제 불가능한 소유권 확보와 희소성 보장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무너뜨려서 더 많은 대중의 관심과 집중을 모을 수 있게 해준다. ‘디센트럴랜드’와 ‘더샌드박스’ 같은 블록체인 게임들은 메타버스와 NFT의 결합을 잘 구현한 사례로 손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 블록체인 시장과 M&A

시장분석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동안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입된 투자금이 44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에 이르며 전년 대비 9배 증가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이 핀테크 등 여러 분야에 등장하고 있다.

신생기업이 많이 등장하게 되면 변화와 성장을 위한 M&A의 필요성도 함께 증가한다. M&A는 Mergers And Acquisitions의 약자로서 기업의 인수합병 또는 합병을 말한다. 전문서비스 네트워크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회사의 M&A 총액은 11억 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2021년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선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4,500억 원 규모의 매각을 진행 중이며, 게임회사인 위메이드가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블록체인 회사의 M&A는 매우 활발하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의 경우 4억 달러를 투자해 무려 10개의 기업을 인수했다(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coinmarketcap), 가상자산 지갑업체 트러스트 월렛(trust wallet), 가상자산 직불카드 업체 스와이프(swipe), 숙박시설 예약 플랫폼 트라발라닷컴(Travala.com), 디앱리뷰(Dapp Review), 인도 거래소 와지르엑스(WazirX), 가상자산 선물·옵션 거래소 젝스(JEX)). 미국의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도 2020년에 가상자산 중개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고미(Tagomi)를 인수한 것을 포함해 16건의 M&A를 체결했다.

M&A는 하나가 해산하여 존속회사에 흡수되는 흡수합병(Mergers), 모든 회사가 해산하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신설합병(Consolidation), 인수대상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하는 기업 인수(Acquisitions), 기업의 일부분 또는 전부를 제삼자에게 매각하는 분리매각(Divestitures)(혹은 리버스 M&A라 한다)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은 기업 내부의 투자 결정, 자금조달 결정 등의 합리화로 그 기업 자체를 성장시키는 내적 성장(Internal Growth)과 기업합병, 기업 인수, 자산취득 및 주식인수 등과 같이 인적·물적·자본적 결합으로 성장하는 외적 성장(External Growth)으로 나뉜다.

◇ M&A로 위기를 기회로

코로나19의 위기 극복과 기업들의 발 빠른 변화를 위해 M&A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각종 규제로 인해 어두워 보였던 블록체인 시장이 NFT와 메타버스 등의 사업모델로 다시금 활력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위기에 봉착한 블록체인 관련 회사 차원에서는 M&A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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