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본 소액활용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2월 21일 | 0개 댓글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대한민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 분쟁 끝에 요구액 약 6조원 중 약 2925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기구의 판정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2003년 11월 3일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본점에서 이사회 회의 소집을 반대하며 대주주인 론스타의 투명경영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반세계화 운동의 지도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월든 벨로 필리핀대학 교수(사회학)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과 이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된 후 마이크로크레딧 ('무담보, 무보증 소액대출'을 기본으로 하는 빈민금융)이 마치 '고자본 소액활용 빈곤퇴치의 열쇠'인 양 여겨지는 분위기에 대해 "과장이 많다"고 잘라 말했다.

마이크로크레딧이 "빈곤과 싸우는 많은 여성들을 도왔다"는 면에선 높이 평가받을 만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가난하게 하는' 근본적인 사회구조에 접근하기 보다는 "그 구조와 공존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한계를 노정했기에 빈곤 자체를 퇴치하기 위한 도구로는 적합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벨로 교수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에 돈을 빌려주고 상환의 책임도 공동체에 지우는 대출구조는 '아주 가난한 사람'이 아닌 '적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돌아갈 수 있도록 했고 △가난한 여성들에게 빌려준 돈의 대부분이 사업에 투자되기 보다는 당장의 식료품을 사는 데 충당됐으며 △소액대출로는 근근이 살아갈 수 있는 '생존의 길'을 틀 수 있겠으나 사업의 종자돈이 돼 빈곤층을 중산층으로까지 개선시키기는 힘들다는 등의 실증적인 예들을 제시했다.

벨로 교수는 "마이크로크레딧이 절실한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도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없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은 마이크로크레딧이 절실하지 않은 사람"이란 모순점을 짚으며 "유누스란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는 수백만 빈곤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킬 만한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다는 점만 들어도 노벨상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이번 노벨평화상의 의미를 한정했다.

다음은 미국 주간지 14일자에 실린 벨로 교수의 글을 번역한 것이다.

마이크로크레딧의 큰 문제 (Microcredit, Macro Problem)

마이크로크레딧의 아버지 무하마드 유누스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됨으로써 마이크로크레딧은 수많은 권력자, 부자, 유명인들의 '종교'가 될 전기를 맞았다.

힐러리 클린턴은 유누스의 교향인 방글라데시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빈민층 여성들에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서 그 가족과 공동체를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일으켜 세우는 이 대출제도의 힘에 감명 받았다"고 발언해 왔다.

네오콘인 폴 울프위츠 세계은행 총재 역시 최근 인도의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을 방문하고 와선 민주당 인사인 힐러리와 '같은 종교'를 갖게 됐다. 그는 "소액금융이 상황을 변화시키는 힘"에 감동해 이 '종교'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엔 그저 한 동네에서 성공한 프로젝트이거니 했다. 그러나 다음 동네에 가도 같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결국 100명에 가까운 자립그룹의 여성 지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인구 7500만인 이 지역 내의 빈곤 여성과 그 가족들에게 기회를 줬다는 점을 알게 됐다."

유누스란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는 수백만 빈곤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킬 만한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다는 점만 들어도 노벨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유누스는, 적어도 세계 기구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초창기 젊은 유누스는 그라민 은행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 이후 세계은행이나 유엔과 같은 외부 단체가 그라민 은행의 위상을 높였고 이들 덕에 유누스도 그라민 은행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여기도록 설득된 것 같다. 그 결과 현재의 마이크로크레딧은 '삶의 개선'이란 고자본 소액활용 개념에 대해 무반성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대출을 받은 여성들 그룹에 상환의 책임을 집단적으로 부가하는 구조를 통해 많은 빈곤 여성들의 생활 깊이 스며든 빈곤을 물리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주로 아주 가난한 사람보다는 '적당히 가난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도록 돼 있다. 게다가 혜택을 받은 사람들 중 빈곤의 불안에서 영구적으로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대출을 통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을 만한 자급자족이 가능하지만 그들의 삶의 수준이 중산층으로 올라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 많다.

이에 경제 저널리스트인 지나 네프는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지 8년이 지난 사람들 중 55%가 기본적인 의식주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많은 여성들이 빌린 돈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음식을 사는 데 써버렸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소액대출과 관련된 연구를 해 온 토마스 디처 씨는 "소액 대출이 빈민층 사람들을 기업가로 만들어 준다는 생각은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주장했다. 디처 씨는 "마이크로크레딧은 경험이 많은 고객들에게 그들 스스로의 자원을 사용토록 하면서 급부상했다"며 "시장이 매우 제한돼 있어 그들이 그렇게 많이 번창하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그들은 물건을 사고팔기에 충분한 자금 회전이 가능했고 마이크로크레딧의 지원이 있었거나 없었거나 상황은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봉자 다수가 주장하듯이 마이크로크레딧의 대출이 경영활동상 수익을 늘려나갈 종자돈으로만 기능한 것이 아닌 것도 분명해 보였다. 대출한 돈이 소비로만 지출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것이다.

디치 씨는 '마이크로크레딧의 역설'을 이렇게 설명했다.

"너무 가난한 사람은 대출을 받아도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없었고 최대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사람은 대출이 그렇게 절실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들은 단기, 소액 대출이 아닌 고자본 소액활용 장기, 거액 대출을 받았다면 더 많은 성과를 올렸을지도 모른다."

다른 말로 하자면 마이크로크레딧이 괜찮은 생존수단일 수 있지만 '삶을 개선하는 열쇠'는 아니라는 말이다.

일단 개인이 빈곤에서 탈출해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집약된 자본이나 정부의 직접 투자와 경쟁해야 하고 구조적으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빈곤 탈출의 기반을 빼앗으려드는 토지의 집중 같은 불평등 구조의 공격을 견뎌내야 한다. 그런데 마이크로크레딧은 이러한 강고한 구조와 '공존'하면서 이 구조에서 추방당하거나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망' 역할을 할 뿐이지 그들의 삶의 수준을 변화시키는 역할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마이크로크레딧이 안드라 프라데시 인구 7500만 명의 빈곤을 종결할 열쇠라던 폴 울포위츠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아마도 오늘날 마이크로크레딧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장 기반의 프로그램이 실패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리라. 무역의 자유화, 규제의 자유화, 민영화 등을 촉진시킨 시장 중심 구조는 지난 25년 동안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확대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불경기를 영구화해 왔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의 와 같은 거시적 프로그램이 실패했고, 이는 마이크로크레딧 프로그램 같은 제도를 촉진시키는 기능을 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구조의 위협으로 대형 거시정책마저 실패하면서 약체화된 수백만 고자본 소액활용 명의 사람들을 거둘 안전망이 된 셈이다.

그러므로 마하마드 유누스가 '노벨상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 할 때 근거로 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이유는 '빈곤과 싸우는 많은 여성들을 도왔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의 추종자들은 그가 '사회적 기업주의'라는 특별한 형태의 자본주의를 고안해 마치 발전을 촉진하고 빈곤을 끝낼 '마법의 탄환'을 고안해 낸 양 과장하고 싶어 하겠지만 말이다.

Home > 증권 > 증권 일반

print

+ A - A

“물적분할, 대주주 사익 추구 경향…쪼개기 상장은 기업가치 하락”

자본시장연구원 “상장한 모자회사 모두 기업가치 하락”
“분할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 참여 등 선택권 줘야”
거래소 “이해상충 측면에서 심사 과정 엄중하게 평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이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에게 상장 기념패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이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에게 상장 기념패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적분할 후 ‘모회사-자회사’ 동시상장 고자본 소액활용 시 두 회사의 기업가치가 모두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19일 ‘주식시장 공정성 제고를 위한 과제: 물적분할과 스톡옵션을 중심으로’라는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적분할 기업에 대한 분석 결과,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물적분할이 활용되는 경향이 일부 존재했다”고 밝혔다.

“자회사 상장 후 모회사 가치 57%에 그쳐”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기업분할 공시 482건과 기업분석보고서 633개, 그리고 모자기업 동시상장(신규상장) 788개 중 모회사가 있는 자회사 157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결론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물적분할은 전체 상장 기업분할의 78%에 이른다. 물적분할은 최근 5년간 86%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재벌 기업’의 물적분할 비중은 75~77%를 유지하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은 17개에 불과했지만, 상장기업의 자회사 신규상장은 전체 신규상장의 2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한국거래소 앞에서 LG화학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월 한국거래소 앞에서 LG화학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물적분할 후 신규상장한 기업의 수익률은 높지 못했다. 물적분할을 공시한 뒤 10일간 누적초과수익률은 -1.81%로 인적분할 수익률(0.74%)과 2.고자본 소액활용 55% 수익률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하락한 뒤 중장기적으론 기업가치가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남 연구위원은 물적분할 후 두 회사의 기업가치 역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2010∼2021년 신규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면 자회사 상장 이후 동시상장 모회사의 기업가치 비율은 자회사의 5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동시상장 자회사의 기업가치도 일반 신규상장 기업의 90% 이하로 기업가치가 낮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모든 물적분할이 부정적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물적분할로 인한 주주 간 이해충돌이 발생할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분할공시에 구체적인 분할 목적과 향후 계획을 명시하도록 하고 필요하면 분할회사 주주에게 신설 자회사 주식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위 “가이드라인 발표…추가적인 제도 마련 필요성”

이 자리에 참석한 금융당국도 제도 개선 의지를 다시금 확인해줬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자본연의 발표를 통해 물적분할과 모자회사 동시상장이 기존 모회사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그동안 당국에서도 정밀한 실증적 계량 분석이 없어 정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발표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물적분할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물적분할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이어 “지난달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통해 물적분할 등 기업 소유구조를 변경할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합의안을 받도록 했다”며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고자본 소액활용 덧붙였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상무는 “물적분할과 모자회사 동시상장은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활동의 하나로, 세계 어느 국가도 관련 규제를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만약 이를 엄격하게 규제할 경우 기업들은 해외 상장을 추진하는 등 한국시장을 떠나버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 상무는 그러면서도 물적분할과 동시상장을 통해 기업가치가 훼손되거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거래소는 이해상충 측면에서 심사 과정을 엄중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인회 기자 [email protected]

talk facebook twiter kakao naver share

증권>증권 일반 섹션 뉴스

사흘째 확진자 둔화…집중 폭격 맞은 씨젠 [주간 공매도 Top5]

박셀바이오, 14일 온라인 IR개최…“임상 결과 주주와 공유”

외인·기관 매도에 코스피 하락, 현대바이오 14% 급등 [마감시황]

신한금융투자, 추석에도 ‘해외 주식’ 24시간 운영

한미글로벌, 사우디 ‘네옴시티’ 협력 기대감에 12%↑[증시이슈]

Log in to select media account

help-image

Social comment?

신용점수제 도입 이후, 피해를 보는 사례가 되레 늘면서 제도적 보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정적 정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 금융정보 외 대체 데이터의 활용 비중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대체 데이터를 분석해 신용점수를 산출하는 신용평가사(신평사) 수를 늘리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용도 정확히 판단하려면 ‘대체 데이터’ 활용 보편화돼야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점수제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가장 보완이 시급한 건 ‘대체 데이터를 반영한 신용점수 시스템’의 보편화다.

신용점수제 도입에도 금융이력이 부족한 차주의 경우, 여전히 낮은 수준의 신용점수가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이나 전업주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때 전기 및 수도요금 납부, 케이블 TV 이용료 지급실적 등 금융정보 이외의 대체 데이터를 고려하면, 좀 더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이를 통해 당초 정부가 점수제 도입을 통해 유도했던 취약계층 불이익 개선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이력 부족 차주(thin filer)의 신용도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대체 데이터 반영 비중을 높이면, 좀 더 다각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며 “이 경우, 점수제 도입 취지를 한층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대체 데이터를 취급하는 신평사가 보편화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대체 데이터를 빅데이터 기법으로 분석해 점수를 추려낸 뒤, 이를 금융사에 제공하는 신평사 수가 늘어나야만 안정적인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효율적으로 이끌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 시장에 뛰어든 네이버 등이 해당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라며 “대체 데이터 평가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나가면, 금융 사각지대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점수에서 부정적 정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평가 체제에선 소액 연체 등이 신용점수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가 크다. 반면, 오랜 기간 정기납부실적을 쌓은 긍정적 정보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점수제 전환 과정에서 긍정정보 비중이 5~6% 포인트가량 늘었지만 좀 더 균형감을 맞출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취약차주 ‘보호 장치’ 마련도 시급

신용점수제 개선과 동시에, 취약 차주를 방어하기 위한 장치가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초부터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신용점수 폭락 사례가 속출하면서, 저신용자들이 고금리에 내몰릴 확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기로 했지만, 그것만으론 여전히 한계가 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일부 소비자들의 신용점수가 급격히 낮아진 상황을 틈타,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점수가 600점대 후반인 A씨는 “올 들어 (현재 사용 중인) 카드사로부터 신용대출을 이용하란 전화 및 문자가 일주일에 2~3번 꼴로 걸려오고 있다”며 “대부분 연이율이 10%를 크게 넘어서는 고금리 상품”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카드·대부업체 등 2금융사의 마진율이 크게 오르는 걸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결국 취약차주를 보호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DF 지면보기

위로가기 버튼

[아시아타임즈=김재현 기자] 11년간 미국계 사모펀드가 제기했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의 법적 공방을 펼쳤던 정부가 결국 론스타에게 3000억 원 가량을 배상하게 됐다.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안해도 된다는 점에서 안도할 수 있겠지만 일부 배상금은 결국 국민의 혈세에서 나갈 수 밖에 없다. 그간 ISD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대응에 따라 6조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 일부 패소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image

대한민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 분쟁 끝에 요구액 약 6조원 중 약 2925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기구의 판정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2003년 11월 3일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본점에서 이사회 회의 소집을 반대하며 대주주인 론스타의 투명경영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6조원대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 사건의 중재판정부는 배상금 2억1650만 달러(한화로 약 2925억원)와 소송이 제기된 2011년 12월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지연이자를 배상할 것을 판정해 통보했다. 론스타가 청구한 고자본 소액활용 46억7950만 달러의 4.6% 수준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였다가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매각한 뒤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으로 매각 가격이 내려가 손해를 입었다며 그 해 11월 46억7950만달러(약 6조3136억원) 규모의 ISD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론스타 ISDS의 판정 쟁점은 총 3가지로서 △한국 정부의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심사 부당 지연 △외환은행 매입 금액 하향 조정 고의성 여부 △론스타에 대한 과세 관련 정당성 여부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해외 자본과 함께 외환은행 정상화에 나섰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03년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4000억원에 매각했다. 9년 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했고 무려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두며 먹튀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릴 권한을 가졌다. 국민 여론도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한 론스타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론스타에게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었으며 향후 소송에서 패소할 근거가 될 수 있다며 1조 원이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결국 금융당국은 론스타에게 고자본 소액활용 고자본 소액활용 특혜를 줬음에도 론스타는 2012년 12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중재를 신청했다.

2020년 KBS가 입수한 2건의 ISD 관련 문서를 보면 징벌적 매각명령에 대한 법적 권한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소송 제기를 막기 위해 론스타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했다는 당시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제중재법에 따르면, 해당 국가의 법률을 위반한 투자에 대해서는 ISD 분쟁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판례가 있다. 산업자본인 론스타의 국내 은행 인수 자체가 위법한 상황이기에 론스타의 투자가 국내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면 중재판정부는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었다.

시민단체에서 ISDS에 대한 정부의 깜깜이 소송 진행 과정에 대해 투명한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정부는 진행과정을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더욱 정부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자본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했다.

2003년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식 51%를 인수할 당시 거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전제가 성립해야 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의결권 주식 4% 밖에 취득이 안된다. 결과적으로 산업자본인 론스타는 4% 이상 외환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없으며 예외승인도 안된다.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의혹과 규명을 담은 '싸이 대통령'을 집핀한 김준한 전 유한대 교수는 "금융당국은 물론 감사원과 검찰 수사에서 조차 산업자본을 건드리지 않은 헛심 수사를 보여줬다"라며 "산업자본에 대한 규명이 없다면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자본을 문제 삼으면 금융당국이나 정부가 스스로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인정하는 셈이고 피해가자니 론스타가 벼르고 있는 사면초가라는 것이다.

앞서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청구한 ICC분쟁 결정문은 ISD 일부 승소에 결정적은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청구인인 론스타는 패소했지만 외환은행 매각 금액삭감은 금융위원회 책임이라는 론스타의 주장이 담긴 ICC분쟁 결정문을 ISD에 제출한 바 있다.

중재판정부 결론에는 "하나금융의 신청을 금융위가 승인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각가격 삭감이 필요하다고 하나금융 대표들이 론스타 대표들에게 정확히 전달한 것이다. 그것이 당시 금융위원회의 실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담겨있다. 즉, 중재판정부는 하나금융 면책, 금융당국 책임'이라는 결론이라는 이다. 매각가격 조정과 이 과정에서 지연됐다는 론스타의 입장과 맞닿는다.

2013년 5월 중재재판부가 구성된 이후 심리절차가 진행된 과정에서 2020년 11월 론스타는 정부에 협상액 8억7000만 달러(당시 한화 1조1688억원)을 제시하고 협상안을 수용하면 국제투자분쟁 사건을 철회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론스타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46억 달러 중 20억 달러는 승소와 관련 소송가액에서 제외된 것이고 세금문제는 이미 다퉈서 받아갔다"라며 "이번 일부 패소는 매각지연이 원인으로 판단하는데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게 협상 요구했던 1조원 가량으로 이 중 3000억원 가량을 배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패소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정부가 물어줘야 한다는 점에서 2011년 매각과정 당시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당시 정치적,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금융위원장에는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부위원장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무처장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맡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때 론스타의 법률 대를 맡은 김앤장 고문이었다.

정부가 올해 6월까지 법률 자문비, 중재 비용 등 소송 준비에 쓴 비용은 약 470억원이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 내부 취소위원회에 일부 패소에 대한 취소 신청키로 결정했다.


0 개 댓글

답장을 남겨주세요